
가죽 냄새는 참 묘한 향이다.
처음엔 낯설고 강하게 다가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은은하고 깊은 여운이 남는다.
나에게 이 향은 단순한 냄새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이야기가 배인 삶의 냄새다.
나는 수년째 예천문화원에서 문화교실 ‘가죽공예반’을 강의해 왔다.
가죽공예를 배우기 위해 모여든 수강생들과 함께 한 땀 한 땀 바느질하고 망치질하는 이 시간은 나에게 단순한 ‘수업’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인생을 다시 빛나게 하고, 내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여정이다.
예천읍 고평1리, ‘솔친정’ 또는 ‘솔친재’라 불리던 마을에는 조선시대 갖바치들이 모여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누군가의 신발을, 허리띠를, 손때 묻은 지갑을 손으로 빚어내던 장인들. 그들의 손끝에서 사람들의 삶이 이어졌고,
지금 내가 문화교실에서 가죽을 가르치는 일 역시 그 맥을 잇는 일인지도 모른다.
신발을 수선하고 가죽을 이어 붙이던 갖밫치들의 숨결이 고요한 마을 어귀에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하다.
어쩌면 지금 내가 하는 일은, 그들의 손끝에서 이어져 내려온 오래된 기억을 다시 꿰매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문화교실은 늘 조용하지만 활기차다. 망치 소리, 바늘이 가죽을 꿰뚫는 소리,
“어렵네~” 하며 싫지않는 미소을 띤 수강생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진다.
이 교실엔 특별한 경쟁도, 빠른 결과도 없다. 대신 ‘기다림’과 ‘응원’이 있다.
가죽을 자르고 바늘을 꿰며 망치질을 하다 보면 세상의 소음이 잦아드는 걸 느낀다.
내 손으로 카드지갑 하나를 완성했을 때— 그 작고 대단치 않은 결과물은 그저 수공예품이 아니라,
내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일터에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스르르 풀리고, 마음 한쪽에서 환한 기쁨이 샘솟는다.
나는 이 수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단순히 기술만 가르친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오신 수강생들을 볼 때면 그들을 통하여 내게 삶을 가르쳐 준다.
가죽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손이 정직하게 간 만큼, 결과도 정직하게 나타난다.
삐뚤어진 바느질은 그대로 남고, 정성껏 만든 모양은 오래 간다.
그래서 가죽공예는 삶을 닮았다. 속일 수 없고, 꾸며낼 수 없는 것이 있다.
“이렇게 장시간 동안이나 집중하여 열공해 본 게 몇 년 만이더냐” 고 하던 수강생들의 말을 들을 때면,
나는 확신한다. 이 공간은 단순한 취미교실이 아니라, 삶의 조각들을 다시 붙이고 있는 작은 회복의 장이라는 것을.
가죽 냄새는 오늘도 나를 반긴다. 그 안에는 시간, 정성, 기다림이 배어 있다.
그리고 솔친정 마을 어귀에 앉아 가죽을 손질하던 그 옛날 갖바치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나는 지금도 이 냄새가 좋다. 이 냄새는 기억이고, 온기이며, 그리고 삶이다.
가죽 냄새 속엔 정말 많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예천 고평리 솔친정의 갖바치들.
내 작은 손끝으로 그들의 숨결이 오늘을 살아 숨 쉬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가죽 냄새와 망치 소리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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